한국 대학생이라는 사회적 계층의 종교성 (겨울방학 글쓰기교실 1)

Written on January 21, 2014

계기

막스베버는 『종교사회학 선집』에 수록된 「신분집단, 계급 그리고 종교」(이하 「신분집단」)에서 사회적 계층에 따른 종교성이 상이할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필자가 속한다고 생각되는 계층인 ‘대학생’은 과연 베버의 구도에서 어느 계층에 가까울 것인지, 그리고 이에 따른 종교성은 어떤 형태로 드러나는지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계층의 규정 : 오늘날의 대학생

필자가 속한 계층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논의전개가 달라질 것이다. 좁게는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의 대학생일 것이고, 넓게는 대한민국 국민, 또는 지구촌사회의 학생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논의를 전개함에 있어서 너무 광의의 계층을 전제하게 되면 계층의 특수성을 드러내기 어려워질 것이고, 과하게 협의의 계층을 살피게 되면 그 범용성을 상실할 것이기에 절충점을 찾고자 하였다. 따라서 보편성과 특수성에 부합하고, 동시에 분석대상으로 삼을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선정하였다. 대학생은 크게 경제적으로는 약자에 속할 것이고, 지적으로는 상류층으로 분류된다.

베버의 계층 분류와 오늘날 대학생에의 적용의 난점

「신분집단」에서 드러나는 계층분류를 대략적으로 보면, 농민층, 도시민, 귀족, 관료층, 시민계층, 수공업자층, 특권으로부터 소외된 계층, 천민, 지식인층, 소시민층, 계몽된 자들 등이 있다. 물론 각각의 계층은 상호배타적인 개념이 아니며, 이념형으로서의 기능을 하는 것이다. 한 명의 인간, 혹은 한 공동체가 현실적으로는 앞에서 제시된 여러 계층에 중복적으로 속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대학생 또한 특정 계층에 정확히 부합하기보다는 여러 계층성이 복합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우선적으로 적용해볼만한 계층은 지식인층이다. 베버는 지식인층을 사제적 지식인층과 비사제적 지식인층으로 나누는데, 대학생은 대체로 비사제적 지식인층 중에서도 평신도-지식인층에 속하거나, 오히려 대부분의 경우 비신도 지식인층에 속한다고라고 할 수 있다. 이 계층은 탈정치화 되었을 때, 다시 말하면 ‘외적인 현실 세계에서의 실제적 활동보다는 자신의 지적 교양의 발전이 … 중략 … 자신에게 더 의미있는 일이라고 여기게 되었을 경우’에 구원종교를 발전시킨다. 대학생이 지식인 층임에도 정치적 권력으로부터 완전히 유리되어있음을 볼 때, 대학생 사회에서의 종교는 구원 종교의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베버는 특히 종교적 관심과 정치적 관심이 길항관계에 있다는 관점을 취하고 있으므로, 대학생들이 탈정치화 될수록 종교적 관심은 증대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베버의 지식인층과 현대의 대학생이 일치하는 것만은 아니다. 지식인층은 사회적으로도 상류층에 속하면서, 지적인 우위 또한 점하는 계층을 의미한다. 하지만 현대 대학생이 지적인 우위를 가진다고 단언하기도 사실 어려울뿐더러, 상류층이 아님은 더더욱 분명하다. 또한 베버가 의미한 탈정치화가 대학에 그대로 적용되기도 어렵다. 오늘날 대학생들이 탈정치화되었다고들 말을 하지만, 이 때 탈정치화는 정치에 대한 관심이 감소했다는 것이지, 권력의 획득에 대한 바람이 적어졌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정치에 대한 관심과 권력에 대한 갈망은 유사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구분되는 개념이기에, 지식인층으로만 대학생을 분류하여 종교성을 보는 것은 부적합하다 측면이 있다.
그렇다고해서 앞에서 나열한 계층을 하나하나 따져 볼 때, 지식인층 외 다른계층에 속하히라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지식인층 내의 요소 중 대학생과 부합하는 측면을 이끌어내보고자 한다.

베버의 계층 분류와 오늘날 대학생에의 적용의 가능성

‘상류층 특유의 구원 동경 … ’해탈‘-신비주의적 성향을 그 특징으로 하는데, 이 신비주의는 특수한 주지주의적 구원자격과 연계된다’는 베버의 주장은 적용을 위해 눈여겨볼만 하다. 여기서 베버는 주지주의의 예로 그노시스파의 비밀 종교의식을 꼽으면서, 이들의 욕구가 ‘세계를 하나의 의미심장한 코스모스로 이해하려는 합리주의적 욕구’라고 설명한다. ‘’내적 곤궁‘으로부터의 구원 … 자기 자신, 인류 그리고 우주와의 ’통일성‘을 추구하는 것 … ’세계‘를 하나의 ’의미‘의 문제로 파악하는 … 현세의 제 과정들이 ’탈주술화‘되고 주술적 의미내용을 잃어버리면 버릴수록, 그리고 현세의 제 과정들이 이제 단지 ’존재하고‘ ’일어나기만하며‘, 더 이상 무언가를 ’의미하게‘되지는 않으면 않을수록, … ’의미에 찬‘ 질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요구는 더욱더 절박해지는 것이다’라는 내용은 대학생의 종교성을 해석할 때 직접적으로 적용되는 것처럼 보인다. 많은 학생들이 대학에서 학업을 수행함에 따라 탈주술화를 개인적 차원으로 체화하면서, 이에 대한 일종의 반작용으로 종교에의 갈망을 가지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갈망을 지각하는 것이 지식인 특유의 현세도피, 다시 말하면 구원종교로의 몰입을 가능하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여타종교에 비해 구원성이 가장 짙다고 여겨지는 개신교가 대학가에서 가장 흥성한다는 점은 주목할만하다.
여기서 조금 더 확장하면, 흔히 세속종교라고 일컫는 이데올로기가 대학가 중심으로 확장되었던 역사를 대학생의 주지주의적 구원종교성에서 찾을 수도 있다. 베버가 지적하듯이 구원종교성의 현세도피적 측면은 ‘민중’ 속으로의 도피로도 나타나는데, 이는 과거 NL PD로 대표되는 소위 ‘운동권’의 번성과 연계해볼만하다. ‘운동’의 핵심은 현 사태에 대한 ‘올바른’ 앎(주지주의적 요소)을 기반으로, 그들의 어찌보면 낭만적인 삶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학생운동은 일종의 종교로서 기능해왔다고 분석해볼 수 있다.
그리고 대학생은 경제적 측면에서 약자이므로, ‘부정적으로 특권화된 계층 중 독학한 지식인 집단’에 속한다고도 볼 수 있다. 이들 ‘천민-주지주의’의 특징은 사회적 인습으로부터 자유로운 모습을 보인다. 이들은 우주의 ‘의미’에 대해 독창적 입장을 견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특징은 대학 외부의 일반 교회와 비교하였을 때 캠퍼스 교회가 가지는 특성에서 관찰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일반 교회와 캠퍼스 교회의 제도적 차이, 더 나아가 교리적 차이가 분명히 있을 것이고, 이는 각 집단에의 적합성으로 인한 측면이 클 것이다. 윤리적 엄격주의, 신비론적 경향이 강할 것이라는 점에 착안하여 유추해 보기로는, 성경 중에서도 ‘욥기’에 대한 선호가 높으리라고 생각되고, 모임보다는 개인의 종교적 체험 및 윤리적 생활을 강조하리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생각은 분명한 자료를 찾아서 검증해보아야만 할 것이다.

추가적인 분석 가능성

추가적인 논의로, 베버는 종교의 현실도피적 경향에서 지적인 요소와의 충돌을 「중간고찰 : 종교적 현세거부의 단계와 방향에 대한 이론」에서 말하고 있는데, 대학생 사회에서 이것이 어떠한 양상으로 일어나고 있는지, 그리고 베버의 이론이 얼마나 적용될 수 있는지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최근 교내 Free-thinkers라는 무신론 단체의 등장과 이에 대한 CCC를 비롯한 기독교 단체의 대응이 흥미롭다.
그리고 캠퍼스 종교의 특징적 요소 중 하나가 적극적 전도일 수 있다고 생각되는데, 우선 이러한 생각이 필자의 편견에 기인한 것인지 아니면 정말 대학가 종교가 가지는 특성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그러한 특성이 정말 존재한다면 그 이유에 대한 논의를 펼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포교의 적극성에 대한 부분은 베버가 『종교사회학 선집』에서 별도로 언급하진 않으므로, 추가 문헌을 찾아보는 것이 요구된다.

결론

베버의 계층분류를 활용해서 대학생의 종교성을 분석하는 것은, 딱 맞아떨어지지는 않지만 어느정도 적용이 가능하였다. 지식인층과 대학생이 계층적으로 일치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지식인층의 특징, 특히 ‘주지주의적 해탈 신비주의’, ‘천민 주지주의’의 요소가 분석의 틀로서 유용하게 기능하였다. 다만 직접적인 자료를 획득하기 어려워 필자의 직관에만 의존하여야 했던 점이 아쉬웠다. 대학생의 종교성에 대해서는 여러 방면에서 논의할 거리가 많으리라고 생각되므로,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