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의 끝

Written on August 29, 2020

지난 회사에서 1년 10개월 간 내 노동과 금전을 맞바꾸어 왔다. 그 전까지는 나 자신만을 위해서 읽고 쓰고 말하던 삶이었는데, 본격적으로 내가 아닌 것을 위해 내 노력을 제공해 보았다. 금전적 보상은 차치하고, 타인의 의지에 따라 내 노력을 안배하는 것은 지루하면서도 때론 중독적이었다.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은 얼마나 편안한일인가, 라고. 내가 스스로 움직이지 않아도 그저 흘러가는 생활은 치명적으로 안락했다, 고. 회사를 나오고 한달간 한시적 백수생활을 하며 생각했다.
잠깐의 자율적 삶은 끝이나고 이제 다시 타율의 세계로 돌아간다. 아니 사실은 지난 한 달 간의 휴식도 새로운 고용-피고용의 관계가 전제되었기에 가능했으므로, 실은 완전히 자율적이지 않았다. 휴가는 끝이났고, 다시 노동의 시간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