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에 대한 걱정

Written on January 31, 2020

한국 인터넷 커뮤니티상(네이버 댓글 등)에서 질병 명칭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에 대한 고지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을 보며
이러한 논란은 사실 실질적 병원균과 질병과는 하등 관계없다. 이건 현상을 어떻게 해석할지에 대한 갑론을박이다. 갑작스런 공포를 어떻게 부를 것이냐. 현상을 어떻게 해석할지에 대한 상징 투쟁이다. 질병이라는 공포상황이 기존의 인식과 결합하여 새로운 메타적 담론을 이끌어낸다.
공포가 현 정권의 외교적 스텐스에 대한 각 사람들의 인식과 결합하여 정부 비판의 재료로 쓰인다. 그것이 참인지 거짓인지를 떠나, 그 결과 이러한 논란은 사실 기술이 아닌 정치적 언어가 된다.
공포가 중국인에 대한 일부 한국인의 부정적 인식과 결합한다. 그 결과 질병에 대한 상징부여를 통해 일종의 혐오가 그들의 내적 논리 안에서 정당성을 입는다. 내 기준에 따르면 이것은 일종의 엇나간 혐오다.

한국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의 신종 코로나 논란은 질병 자체에 대한 정보와 공포가 절반 정도, 정치적/혐오적 발언이 나머지 정도 되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다행이 내가 보는 한에는 황색지도 아직 이런 정치적/혐오적 담론에 적극 가담하지는 않고 있다. (시간 문제일지는 모르지만)

반면 내가 현재 생활하는 이시국에서의 신종 코로나 논란은 어떨까? 내가 여기에서 접하는 인터넷 커뮤니티가 한국보다 ‘깊지’ 않으니 잘 알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야후, 즉 한국으로치면 네이버, 평소에는 상당히 우익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인 공간으로 인식되는 곳의 덧글을 보면, 한국보다는 정치/혐오의 담론의 수위가 낮다.
일본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탈정치화되었기 때문일수도 있지다. 하지만 몇몇 보이는 그나마 정치적 이야기는 주로 현정부 비판에 치중되어 있다. 대응이 미흡하다는 이야기가 메인이다. 그렇지만 방역 대책 미흡에 대한 비판은 현 정부의 외교적 스텐스에 대한 비판과는 다른 수준의 이야기이다. 좀더 이 질병에 포커스를 맞춘 이야기이다.
또 다른 주요한 토픽은 올림픽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다. 중국 국적을 가진 사람에 대한 혐오는 내가 본 샘플이 작아서이기도 하겠지만, 솔직히 거의 보지 못했다.

무언가 다르다. 그리고 나는 한국 인터넷 일부 커뮤니티의 혐오적 발언들이 위험하게 느껴진다. 폭발 직전의 긴장감을 느낀다.
이번 주말에 한국에 가려 했지만 전염이 확산되는 것 같아 공항에 가는게 부담스러워 취소했다. 빨리 이 상황이 끝이났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