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움과 가자미

Written on March 5, 2018

모 지인이 ICLR에 공동 1저자로 논문을 썼다. 나보다도 어린 학부생인데.. 참 대단하다. 고등교육 재단에서 같이 시험친게 자랑스러울 정도. 워싱턴 교수랑 쓴 걸 보니 워싱턴으로 가려는 모양이다.

학부에 참 대단한 친구들이 많다. ICPC 상받는 사람부터 학부생때 페이퍼 쓰는 친구들, 프로젝트 수업에서 논문 급 퍼포먼스를 뽑아내는 친구들. 대부분 나보다 어린데도 엄청나다. 인문사회 쪽에서도 벌써부터 글을 여기저기 싣는 친구들도 있고, 정부에서 일하는 친구들, 큰 사업가가 된 친구들… 다 내 나이대고 나보다 어리다. 엄청난 재능들. 같은 공간에서 공부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것 자체가 자랑스럽다. 그러면서도 부럽다. 나는 그 정도의 재능은 아닌 거 같다. 구글도 떨어지고.. ㅜㅜ

내가 뭐 대단한 재능이 있는 건 아니라는건 알고 있었지만, 동년배에서 저 멀리 아득하게 내가 닿을 수 있을지조차 의심스러운 곳까지 한번에 나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내 자리가 머쓱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 반짝거리는 재능들에 비하면 내 나이와 자리가 휑하여, 조급한 생각에 마음만 앞서나가 일을 그르치기도 했다. 학부때 내가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 하지 않았다면 더 나았을까.

하지만 컴퓨터는 이제 내 생업이 될 가능성이 높고, 종교학은 나라는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조금이라도 알기 위해서 필요한 공부였다. 둘 다 공부하지 않았다면 후회로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에게 주어진 학습의 시간은 짧고, 배울 것은 한없이 남았고 아는 것은 없으나, 이제는 평가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28살까지 학부를 떠나는걸 미뤄오면서 180학점 가까이 목마름을 채워왔지만, 이제는 새로운 삶의 단계로 나아가야만 한다.

진흙투성이가 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