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사 및 호스피스의 법제화 문제점 및 향후 과제 (민주시민과 헌법 기말보고서)

Written on December 19, 2013

Ⅰ. 서론

존엄사 및 호스피스에 대한 실제적인 입법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실제로 사법권에서는 이 문제를 둘러싼 법정 공방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존엄사와 호스피스에 관한 문제로 고통받는 사람이 존재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하루빨리 입법화를 거쳐 국가적으로 이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존엄사의 경우 입법을 통한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 보니 이를 둘러싼 사회 각 계의 논쟁이 보다 가중되는 측면이 있으며, 동시에 당장 고통에 처한 환자들이 구제를 받기 힘들어 법정다툼에만 의존해야한다. 당장에는 존엄사를 금하고 있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해석되나, 존엄사의 제 유형이 매우 복잡하여 실제적으로는 입법부작위 상황에 놓여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본 보고서에서는 이러한 존엄사와 호스피스의 입법화 필요성에 기반하여, 그 쟁점과 과제에 대해 접근해보고자 한다. 주요 개념을 정립하고 현 상황을 분석한 후, 입법례를 중심으로 관련 기존 논쟁을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해외 사례를 한 번 살펴보고, 앞의로의 방향과 과제에 대해서 논할 계획이다. 이러한 연구 과정을 통해서 존엄사 및 호스피스에 대한 바른 이해를 세우고 앞으로의 대안에 대한 의견을 성립하고자 하는 것이 본 보고서의 최종적 목표이다.

Ⅱ. 존엄사

1. 개념과 입법필요성

(1) 개념

안락사 및 존엄사에 대해 논하기에 앞서 개념을 명확히 정의해볼 필요가 있다. 이 문제를 두고 주장마다 용어의 정의가 상이하여 제대로 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안락사(euthanasia)에 대해서는 허용여부에 관하여 역사적으로 오랜 논쟁이 있어 왔다. 그러다보니 세부적으로 다양한 유형 분류와 해석이 가능하다. 광의의 안락사는 타인의 조력을 받은 모든 죽음의 형태를 의미한다. 그런데 타인의 조력을 받은 죽음 형태를 두고 이와 유사한 용어 사용이 빈번하여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존엄사(death with dignity)’, ‘치료중단’, ‘의사조력자살’ 등이 대표적인 유사 용어이다. 특히 존엄사의 경우 논자에 따라 소극적 안락사와 분리되는 것으로 보는 경우가 있고, 존엄사가 소극적 안락사에 해당된다고 표현하는 입장 또한 있다. 따라서 본 보고서 작성은 수업 가이드 상 PPT발표자료를 기반으로 작성하도록 되어있으나, PPT 내용만으로 안락사와 존엄사를 정의하고 넘어가기에는 의문이 완전히 해소된다고 보기 어려워 새로이 정립을 시도해보고자 한다. 유사, 혹은 동일한 의미의 용어를 다양하게 사용함으로써 논의가 혼동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실제적인 조건 및 행위 중심으로 소위 ‘안락사’의 유형을 정리해보고자 하였다.

안락사가 성립하기 위한 조건에는 ‘육체적 고통’, ‘사기(死期)의 임박’, ‘회복 가능성’ 등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행위적 측면에는 ‘치료의 중단’, ‘치명적인 주사를 놓는 등 생명을 끊는 직접적인 행동’이 있을 것이다. 아래는 이러한 실제적 조건 및 행위에 따라 기존 개념들을 재정리한 표이다.

<표 1>

표를 통해서도 드러나듯이 각 개념이 상호 배타적으로 구분되어 사용되지는 않는다. 치료중단은 소극적 안락사와 유사한 조건 및 행위로 일어나기에, 동일한 현상의 다른 측면의 명명일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표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대상자의 의사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할 때, 육체적 고통이라는 항목이 실효성을 가지고 판단 조건이 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왜냐하면 대상자가 이미 죽음에 이르고 싶다는 의사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이 판단에 있어서 육체적 고통이 이미 고려의 대상이 되었으므로, 의사에 따른 사망이 가능한지의 논란에서 육체적 고통은 실질적으로 작용할 여지가 부족하다. 다만 본인의사 확인이 어려운 경우, 즉 혼수상태는 아니나 고통은 느끼되 전혀 의사를 표현할 수 없다는 극히 제한적 상황에 한하여 육체적 고통도 판단의 고려가 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위의 4가지 경우가 포괄하지 못하는 유형도 충분히 있을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예를 들어 육체적 고통이 없고, 사기가 임박하지도 않았으며, 회복가능성이 있는 환자가 의사에게 직접적 행동을 통한 안락사를 요구할 경우, 이를 수용할 수 있는지의 여부 또한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논의에 있어서 우선적으로는 보고서의 작성 요령을 고려하여 ‘존엄사’로 용어를 통일하되, 그 세부적인 사항에 있어서 주의깊게 고려하여 판단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도 개념정의에 있어서 다양한 접근이 가능하고, 이에 대해 연구가 이루어져 왔다.(허일태, 김일수, 이형국, 유선경 등) 심지어 독일에서는 이러한 중층적 용어 사용이 오해와 오류의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용어 사용을 포기하기도 하였다.

(2) 입법필요성

존엄사에 대한 입법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특히 위에서 살펴보았다시피 존엄사의 조건과 행위, 유형이 매우 다양하다보니, 실제 생활에 있어서 끊임없는 혼란과 오류가 야기되기에 하루빨리 입법을 통해서 이를 명확히 정리해 줄 필요가 있다. 입법부를 제외한 주요 기구에서도 이러한 필요성에 대한 언급이 있어 왔다. 대법원은 판결을 통해1 입법의 필요성을 말한 바가 있으며, 헌법재판소 또한 “연명치료의 중단을 요청할 수 있는 권리는 헌법적으로 인정되는 기본권의 성격을 가”진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종합해보면 “어느 정도의 범위에서 어떠한 절차와 방식으로 이를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입법적 기준의 마련이 시급”하며, “헌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의 보장규정에 적합하면서도 존엄사의 남용을 최대한 방지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2. 찬·반론

존엄사에 대한 찬·반론의 논쟁은 다각적인 차원에서 역사적으로 진행되어 왔다. 찬성론의 핵심적 논거는 인간의 자기 생명에 대한 자기결정권이다. 찬성론자에 따르면, 인간의 생명은 전적으로 자기 자신에게 속한 것이기에, 이에 대하여 국가가 개입하는 것을 반대한다. 법이라는 것이 ‘두 명 이상의 공동체’를 전제로 작동하는 것이기 때문에, 존엄사는 전적으로 자기 자신과 결부된 문제이므로 국가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고 볼 수 있다. 찬성론을 지지하는 입장의 또 다른 근거는 환자의 소망을 존중하고 고통을 덜어주는 것이 이타적 자비행위로서 정당하다는 것이다. 분명히 고통받고 있는 환자를 앞에 두고 다른 이유를 들어가며 존엄사를 거부하는 것은 자비라는 도덕가치에 어긋난다고 판단된다. 마지막으로 환자와 환자 가족의 불필요한 고통을 경감시켜주고, 동시에 의료자원의 낭비를 막는 사회 공리적 차원의 이점도 있다고 찬성론은 덧붙여왔다.

존엄사 반대론은 역사적으로 기독교 전통에 기반한 바가 크다. 그리고 종교적 영향으로 인한 존엄사 반대론이 실제로 존엄사를 입법화하는 데에 있어서 가장 주요한 걸림돌임은 분명하기에, 이를 비합리적이라고 비판하고 넘어갈 수만은 없다. 기독교에 있어서 생명은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것이기에, 이를 버리는 것은 신의 의지를 거스르는 것이다. 따라서 어떠한 형태로든 자살 혹은 타살을 통해 인위적으로 생명을 거두는 행위는 용납되지 않는다. 존엄사 개념의 유형적 다양성으로 인해 그 세부내용이 어떠한가에 따라 반대를 하는 경우도 있다. 소극적 안락사(사기 임박자에 대한 치료 중단)에 대해서는 수용가능할 수도 있다는 입장으로 보이나, 적극적 안락사(사기가 임박하지 않았음에도 의사의 직접적 조력 행위를 통한 사망)에는 반대하는 입장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적극적 안락사에만 적극 반대하는 주장은 결국 ‘인위성의 정도’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종교적 영향을 기반으로 한 ‘생명신수설’에 기반함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반대론이 종교적 영향 하에서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 약자들이 경제적 부담 때문에 존엄사를 강요받을 가능성이 있음을 두고 이를 비판하는 주장도 있다. 이러한 주장에 따르면, 존엄사를 하고 싶어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주변인들에 의해 존엄사가 살인의 도구로 오용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제도 오용을 막기 위해서 입법을 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은 조금 더 세부적으로 접근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주변인에 의해 존엄사제도가 오용되어 사망하는 경우는, 기망에 의한 것이든 혹은 강요에 의한 것이든 결국 본인의 의사와 반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진 것이므로 위법성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제도를 오용한 주체는 살인에 준하는 처벌을 받아야 함이 분명하다. 하지만 만약 경제적 환경에 의해 환자 자신이 ‘본래는’ 존엄사를 원치 않지만 형편을 고려하여 존엄사를 택하는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다. 또 실제로 이런 경우가 현실에서 적지많은 않으리라고 쉬이 짐작해볼 수 있다. 이러한 논의는 ‘법적인 의미에서의 자유’의 제 정의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보아야 한다. 본인이 원치 않으나 어쩔수 없이 한 행위(강요가 성립하지 않는 한에서)는 자유로운 선택이라고 볼 수 있는가? 또한 개인의 조금은 논쟁의 여지가 있는 모호한 자유개념이 생명이라는 분명하고도 실제적인 요소에 앞설 수 있는 것인가? 쉽게 답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이에 대해 추가적인 고민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3. 법적 쟁점

존엄사 법제화를 둘러싼 법적 쟁점은 앞에서도 살펴보았듯이 생명에 대한 자기결정권이 핵심이 된다. 존엄사가 비범죄화되면 이를 오용, 남용할 가능성이 생기며 동시에 생명경시풍조가 조장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에 대해 형법학계에서는 안락사라는 개념을 통해 일정한 요건 하의 치료중단행위는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위법성의 조각이란 해당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되더라도 일정한 경우 위법성을 배제할 수 있다는 법리이다. 위법성 조각 사유에 해당하는 조건으로는 크게 ‘불치’, ‘빈사’, ‘고통’등을 들 수 있고, 그 정도에 대한 전문가의 판단에 따라 존엄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러한 조건은 청구자의 의사가 불분명할 경우에는 판단하기 힘들다는 한계가 있다. 실제적으로 많은 경우의 환자들은 치료의 과정을 거치다가 혼수, 혹은 뇌사상태에 빠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따라서 이 과정에서 사전에 의사를 밝히기는 어려운(미래의 상황을 정확히 예견할 수 없으므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의사 미확인 상황에 대해서 어느 정도로 허용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법적 논쟁이 존재한다.

4. 외국사례

(1) 미국

존엄사에 대한 해외사례를 살펴보면, 우선 미국의 경우 국가 특성상 주(州)마다 규정이 상이하다. 일단 오레곤주에서는 1997년 ‘존엄사 법(Death with Dignity Act)’가 제정되어 있다. 존엄사 법은 “환자의 자살조력 요청이 유효한 경우, 그 요청에 응한 의사에게 법적 책임을 묻지 않음”을 명시하고 있다. 그 역사를 살펴보면, 1975년 퀸란 사건2을 계기로 논의가 이루어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1976년 캘리포니아 주에서 최초로 ‘자연사 법’이 제정되었다. 자연사 법은 생명연장에 대한 무의미한 의료를 거부할 권리를 인정하고, 엄격한 요건아래 생명보조 장치를 제거하는 수준의 소극적 안락사(존엄사)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적극적 안락사는 인정하지 않는다. 1980년대에는 ‘죽을 권리 운동’이 진행되어 왔다. 그러나 오늘날까지도 기독교 전통이 강한 미국은 많은 반대의견이 존재하고 있는 상황이다.

(2) 네덜란드

네덜란드는 자유적인 국가 성향에서 알 수 있듯이, 존엄사를 입법화하고 있다. 존엄사가 “생명의 종료에 대한 요청과 조력자 살법”이라는 법률로서 입법화되어 기능하고 있는 상황이다. 네덜란드는 1973년 포스트마 사건3을 계기로 논의가 이루어지기 시작하였다. 이후 1984년 네덜란드 대법원은 “안락사 지침”을 공포한다. 안락사 지침은 본 지침에 따른 의사를 기소하지 않는 것을 비공식적으로 동의한 것으로, “의사만 안락사를 수행할 수 있음, 의사소통능력이 있는 환자만 안락사를 요청할 수 있음, 환자의 결정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야 하고 문서로 증명될 수 있어야 하며 재확인 받을 수 있어야 함, 의사는 혼자서 결정하지 말고 다른 동료의사의 자문을 받아야 함, 환자는 안락사를 결정하도록 압력을 받아서는 안 됨, 안락사가 고려되기 위해서는 환자가 참을 수 없는 통증이나 회복될 가망이 없는 고통을 받고 있어야 함, 환자의 상태를 호전시키거나 통증을 경감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 증명되어야 함”이라는 조건 하에서 이루어진다. 그리고 2002년 국가 차원에서 세계 최초로 존엄사를 입법화 하였다. 이것이 “생명의 종료에 대한 요청과 조력자 살법”이다.

(3) 일본

1979년 일본 안락사 협화는 존엄사 법제화운동을 전개하였다. 그리고 현재는 존엄사의 입법화에는 부정적이나 환자의 의사에 따라 과잉 연명치료의 중지를 허용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 그리고 1995년 요코하마 지방법원이 안락사 허용 조건을 판서했는데, “환자에게 참기 어려운 격심한 육체적 고통이 있을 것, 환자의 죽음이 불가피하고, 사망시기가 임박하였을 것, 환자의 명시적인 의사표시가 있을 것, 다른 대체수단이 없을 것”으로 명시하였다.

5. 법제화의 방향과 과제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존엄사는 어떠한 형태로 법제화 되어야 할 것인가? 우선 말기환자의 정의 및 판단기준의 명확화가 필요하다. 따라서 ‘회복 불능상태의 환자’ 혹은 ‘말기 상태의 환자’ 라는 판단의 근거가 되는 기준과 절차를 포함한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판단은 반드시 전문가의 의견을 기반으로 이루어져야만 한다. 따라서 존엄사 법안에서 ‘말기환자’, ‘단기간’ 등의 용어에 대한 의학적 판단의 기준이 성립될 필요가 있다. 의학적 용어를 명확히 한 후에야 법제화가 가시권으로 들어오리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이를 위해 실무적으로 명확한 절차를 포함하는 방안을 세울 필요가 있다. 이러한 개념을 정확히 정의하여 추상성을 해소하기 위한 기구를 만들고, 전문가들과의 논의를 통해 공유하는 개념 정의를 확립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연명치료의 중단을 담당하는 기구 설치가 필요하다. 해당 기구가 정확히 어떤 책무를 맡아야 할 지를 명확히 밝히고, 이 기구를 통해 연명치료의 중단 여부를 결정하도록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검토와 가족에 대한 권고, 결정을 담당하는 전문성 있는 기구를 설립해야 한다. 또는 별도의 기구 설립 대신 병원 내 윤리위원회, 혹은 국가의 생명윤리심의 위원회 등을 구성하여 기능하도록 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어쨌든 공식적인 기구를 성립하여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행해져 왔던 것에서 벗어나,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합의에 이르고 윤리적 부담과 법률적 불안정성 해소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결국 환자의 자기결정권의 보호를 위한 국가의 책무 및 지원 상항에 관한 내용을 법률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

또 해외 사례에서 보듯이 말기환자의 동의와 의사표시의 규정화하여 제도의 오남용을 억제해야 한다. 특히 의사를 표현하기 힘든 의식 불능 상태 환자의 경우, 의사 대행을 위한 대리인의 동의권에 대해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실질적으로 많은 환자가 의식불명 상태에 처하여 존엄사의 여부를 가늠하게 되므로, 이러한 부분을 명시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의사불명환자의 경우 존엄사가 가능하게 하려면 결국 대리인을 통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야 한다. 하지만 대리인의 생명에 대한 결정이 환자 자신의 결정권과 동일한 가치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한 법적 논란을 완전히 떨쳐 버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이런 경우를 피하기 위해 환자가 연명치료 여부에 대한 선택을 미리 부여할 의사표시의 기회를 충분히 부여하여 절차적 진정성을 확보하려 노력해야 할 것이며,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 대리인의 대리자격에 대한 법적인 정리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Ⅲ. 호스피스

1. 의료현황 및 문제점

현재 우리나라의 지역 사회 기반 호스피스는 2010년 5월 “암 관리법” 전부 개정을 통해 말기 암 환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병원 기반 호스피스, 즉 완화 의료로 발전되어 있는 상태이다. 현재 전문기관으로 지정된 곳은 올해 6월 기준 전국 55개 기관과 880병상이 있다.

그러나 이는 우리나라 전체 병상 수 36만 9830개(요양병원 제외, 2011년 기준) 의 오직 0.2%에 그치는 수준으로, 매우 적은 수의 기관만이 호스피스를 위해 지정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전체기관 대비로도 소수이며, 또한 국내 암 환자 사망자 수를 고려하더라도 턱없이 부족하다.

그리고 수가의 측면에 있어서도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의 의료체계는 수가를 빼고 논의하기가 어려운데, 호스피스의 수가를 살펴보면 1차 수가 사범사업에서는 기본수가 및 가산수가로 구성된 일당 정액수가를 산정하였다. 이때는 병실차액료 및 선택 진료료 등의 비급여 항목과 식대는 진료비에 포함하지 않았었다. 그리고 입원 16일째로부터 입원료 삭감 및 본인부담이 증가하는 구조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의료기관 종별 정액제를 사용했는데, 이것이 현실적으로 시행되기가 어려워 수가의 적정성이 떨어져 제대로 된 진료가 이루어지기 힘들었다. 그리고 입원 일수에 따라 정액 수가가 삭감됨에 따라, 시간이 지나면서 이용률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에 2차 수가 사범사업이 진행되었는데, 종별 재 구분에 따른 일당 정액 수가 및 행위별 수가제도가 도입되었고. 입원일 수에 따른 입원료 체감 비율을 조정하였다. 하지만 구체적인 적용에 대해서 학계, 의료기관 및 정부는 의견 차를 보이고 있다. 의료행위에 대한 수가 인정 여부 및 의료서비스 공급자 중심의 접근방식에 관련해 각 계가 입장 차이를 보인다.

2. 외국사례

해외 사례로는 미국이 있다. 미국은 호스피스 완화치료를 1960년대 말 본격적으로 시작하였다. 1983년에는 사회보장법에 근거하여, 각 주마다 독립적인 법으로 제정하였다. 현재 사망자 중 약 45% 정도가 임종 전 호스피스 및 완화의료 서비스를 받고 있다.(2011년 기준) 호스피스 및 완화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은 약 5300여 개로, 이 중 74%가 개인이나 가정 방문 형태로서 기능하고 있다. 또한 서비스 제공 방식과 장소에 따라 급여 정액제를 도입하고 있어, 입원해서 서비스를 받을 경우에는 입원 일수를 제한하고, 엄격한 입원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표 2>

3. 법제화의 방향과 과제

현재 호스피스 및 완화치료의 가장 큰 문제점은 호스피스 시설의 인프라 부족이다. 이러한 인프라의 부족은 불합리한 수가체계에서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기형적 수가체계가 호스피스 시설 건립의 유인을 억제하여, 인프라 부족 사태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수가체계에 대한 개선이 필수적으로 법제화에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수가 개선에 더불어 호스피스가 주로 필요한 고령화 지역사회의 시설 확충을 위해 재정적 지원 및 국가 차원의 관리체계가 마련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제도를 법제화함에 있어서 해외의 호스피스 관련 사례를 참고하면 보다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해 낼 수 있을 것이다.
또 병원과 호스피스 시설 간 원활한 연계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병원에서의 치료와 호스피스 서비스의 제공이 연계가 되지 않아, 환자 및 의료진의 부담이 배로 가중되는 측면이 있다. 따라서 국가적으로 제도를 통해 두 종류의 시설이 자연스럽게 연계되도록 하여 환자는 물론 국가의 자원도 낭비되지 않는 방향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 또한 호스피스 이용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이끌어내기 위한 홍보를 통해 입법과정에서의 지지를 이끌어 내야 할 것이며, 호스피스 시설의 내용적 충실함 및 이를 위한 전문가를 양성하는 시스템을 확립해야 한다. 현재 호스피스와 유사한 시설로서 정신병원과 정신요양시설 등이 있는데, 여기서 나타난 문제점들을 참고하여 입법안을 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현행 노인장기요양시설과 유사하지만, 분명히 다른 역할을 하므로 구분해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

Ⅳ. 결론

존엄사와 호스피스의 문제는 공히 인간의 존엄한 삶에 직결되는 문제로서, 그 중요성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현행 법에서의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불필요한 사회적 자원의 소모 및 환자의 고통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한시라도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위해 입법화가 절실하다.

그러나 존엄사 호스피스 모두 입법화 과정에서 여러 논란들이 발생할 수 있다. 호스피스의 경우 상대적으로 문제점이 분명하고(수가체계의 이상으로 인한 시설 부족 및 인력, 경험 부족) 극복 가능성이 크나, 존엄사의 경우 명확한 답을 찾기 어려운 논쟁이 예상되므로 입법 과정에서의 혼란이 야기될 것이다. 그러나 호스피스 존엄사 모두 앞에서 언급헀듯이 인간의 삶의 본질적인 부분과 직결되는 것으로서, 최소한은 보장되어야 함이 마땅하므로 우선 반대의견과 찬성의견의 절충적인 요소라도 입법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 양 측이 동의하는 접점은 우선적으로 입법화 한 후, 논란이 가중되는 부분은 추후에 접점을 찾으면 입법화하는 것이다. 존엄사를 예를 들면 소극적 안락사의 경우에는 사법부에서도 판례를 통해 허용하고 있는 바, 이에 대한 윤리적 부담감과 재판에의 피로 및 위험을 경감하고 사회적 비용을 감축하기 위해서라도 우선적으로 입법화 할 필요가 있다. 논란이 극심한 직접적 안락사의 경우, 사회 각 계층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청회 또는 위원회를 통하여 의견을 수합하려 노력해야 한다.

특히 존엄사의 경우에는 입법적으로 인정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이 방향으로 입법화를 하되, 종교계의 반발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반대의견이 우려하는 ‘강요에 의한 존엄사’를 피하기 위해서, 집행 과정의 엄중함을 법안에서 담보할 수 있어야 진정한 의미에서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을 설립할 수 있다.


  1. “국가는 구체적인 입법을 통하여 국민의 입법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는데, 연명치료 중단 등의 문제를 아무런 기준의 제시 없이 당해 의사나 환자 본인, 가족들의 판단에만 맡겨두는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개개의 사례들을 모두 소송사건화 하여 일일이 법원의 판단을 받게 하는 것도 비현실적이다.” (2009.05.21. 인공호흡기 제거청구사건 판결) 

  2. 카렌 퀸란은 소생이 불가능하다는 의사의 판단과, 가톨릭 전통에서는 희망이 없는 환자에게 인공 호흡기를 사용하는 예외적 수단을 쓰면서 연명해야 할 윤리적 의무가 없다는 본당 신부의 윤리 신학적 해석에 고무되어 인공 호흡기의 제거를 요청했다. 지방 법원은 인공 호흡기 제거는 명백한 살인 행위라고 판결하였다. 그 후 1976년 뉴저지주 대법원은 헌법에 보장된 사생활 보호권의 관점에서 의사와 병원 당국이 찬성한다면 가족들의 뜻에 따라 인공 호흡기를 제거해도 좋다는 판결을 내렸다. http://clinicclinic2.cafe24.com/Law/DeathWithDignity3.asp 참조. 

  3. Postma라는 의사가 말기 증상으로 고통받는 자신의 어머니에게 모르핀을 주사하여 살해한 사건.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1주일 구금을 1년간 유예받는 것으로 사실상 안락사를 허용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