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Apology of Justin Martyr에서 드러난 새로운 기독교 – 정통기독교의 태동 (기독교개론 중간보고서)
Ⅰ. 서론
유스티누스(Justin)1는 그의 몇 남지 않은 저서 중 하나인 「The First Apology of Justin Martyr」에서 그리스도교 교리에 대한 독자적인 해설을 제시한다. 유스티누스가 보았을 때 그 이전까지의 그리스도교는 교리적으로 통일되지 못하였다. 그는 교리의 통일성이 그리스-로마 세계에서 그리스도교의 감수성(susceptibility)을 높여 주리라는 판단 하에 기존 교리들을 중도적인 입장에서 통합하려고 노력하였으며, 동시에 유대교와는 거리를 두며 그리스철학을 반영하려 하였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The First Apology」(이하 ‘변증서’)을 중심으로 유스티누스의 이성적인 철학, 다시 말해 그리스 철학에 기반한 그리스도교 해석에 집중할 것이다. 그의 주장에서 그리스 철학에서의 로고스 개념이 어떤 방식으로 기독교와 연계되었는지, 그것이 가지는 의의가 무엇인지를 살펴보자.
Ⅱ. 본론
유스티누스의 시대(AD 2세기)에 그리스도교는 여러 교파로 나뉘어 있었다. 마르키온(Marcion)2파, 발렌티누스(Valentinus)로 대표되는 영지주의파(Gnositic) 그리고 에비온파3가 대표적이었고, 각각 독자적인 교리를 가지고 있었다. 유스티누스는 그리스-로마 세계에 그리스도교가 도입되기 위해서는 그리스 철학의 전통이 반영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하였다. 또한 그가 스토아학파, 소요학파, 퓌타고라스학파4의 영향을 받았으므로 의도한 바가 아니었더라도 그리스 철학이 그의 교리에 반영되었던 것은 당연하다. 4, 5세기에 이르러 여러 공의회를 거쳐 전통논쟁이 일단락되기 이전까지 그리스철학의 영향을 받아 그리스도교 교리를 정비한 유스티누스, 이레나이우스, 테르툴리아누스, 오리게네스 등은 초기 호교론자(護敎論者, apologist)5, 초기 변증론자6 혹은 원정통 그리스도교(proto-orthodox)7 라고 불린다. 유스티누스의 ‘변증서’에서는 호교론자의 독자적인 그리스도교 교리를 엿볼 수 있다. 완전하고 선한 유일신-로고스와 악마들이 대립하는 이분적 구조, 그리고 그리스적 로고스의 성육신인 예수와 이를 예비하는 구약이, 호교론의 여러 특징 중 그리스 철학을 반영하여 ‘변증서’에서 나타나는 주요 개념이다.
1. 선한 유일신과 로고스 그리고 악마들 – 악마론(demonology)의 도입
선한 신과 악한 신의 대립이라는 이분적 구조는 고대 페르시아의 종교였던 조로아스터교의 교리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기원전 6세기경 예루살렘이 바빌론에 의해 함락되고 유대인들이 바빌론으로 끌려갔을 당시(바빌론 유수), 유대인들은 언어가 히브리어에서 아람어로 변화하였을 뿐만 아니라 유대교 교리적인 측면에서도 변화를 겪었다. 바빌론에서 수용한 조로아스터의 이분적 구조는 유대교 전통을 통해 훗날 그리스도교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여기서 발원한 개념이 신과 대립하는 존재인 악마이다. 악마라는 개념이 현재는 그리스도교 내에서 자연스럽게 사용되고 있지만, 원래부터 존재한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유대인들이 조로아스터교로부터 이분법을 수용하긴 했지만, 예수가 등장한 1세기까지도 완전히 보편적으로 사용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마태복음을 살펴보면 예수가 40일간 광야에서 시련을 받을 때, “성령에 이끌려 광야로 가셔서, 악마에게 시험을 받으셨다.”8라고 되어있다. 여기서 악마는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존재가 아니라 성령에 의해 사용되는 도구일 뿐이다. 따라서 마태복음에서의 악마도 완전히 신과 대립하는 존재는 아니었으며, 이러한 개념이 그리스도교에서 굳어진 것은 유스티누스를 위시한 호교론자들이 이를 주장하였기 때문이다.
유스티누스는 ‘변증서’에서 그리스도교인들이 무신론(atheism)이라는 비판을 반박하며 악마를 언급한다. 당시 로마인들의 생각과는 달리 그리스도인들은 그들이 ‘신들’이라고 부르는 존재를 믿지 않을 뿐이며, 이러한 ‘신들’은 “evil demons”9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서 ‘신들’이란 그리스-로마 세계에 퍼져있던 그리스 전통 신들(제우스 등)뿐만 아니라 로마의 전통종교의 숭배대상(로물루스 등)도 포함한다. 유스티누스가 보기에 인간의 받듬을 받아야하고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신들’은 진정한 신일 수 없으므로, 이들을 숭배하지 않는 것은 합당했다. 따라서 그리스도인은 무신론자가 아니며, 오히려 유일한 신과 그 아들(로고스)을 믿는 것이야 말로 바람직한 것이었다. 그에게 신과 로고스는 태초부터 존재하며 지극히 선하다. 따라서 신의 창조물인 인간은 본래 신의 씨앗(logos spermatikos)을 가진 선한 존재이나, 악마가 자유의지를 불어넣어 자유의지가 로고스를 억누르게 되어 악해졌다고 주장했다. 다음 논의에서 보다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유스티누스는 예수가 성육신인 로고스라고 생각했기에 로고스, 혹은 영(pneuma)을 따르기 위해서라도 악마를 버리고 올바른 신인 예수를 믿어야 한다고 여겼다. 따라서 불완전한 창조신과 원래의 지고신을 구분한 마르키온과 달리 신은 하나라고 생각했다. 유일하고도 완전한 신만이 존재하며, 신은 영원한 로고스인 예수를 통해 지상에서 구현되는 것이다.
2. 그리스적 로고스의 성육신인 예수와 이를 예비하는 구약 – 알레고리적 히브리경전 해석과 그리스철학의 수용
‘변론’에서 예수는 로고스10의 화신이다. 유스티누스는 로고스가 태초부터 신과 함께 있었으므로, 예수를 당대의 인간으로만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역사 이전부터 로고스로서의 예수가 존재했기 때문에, 유대교에서의 예수 이전의 역사도 로고스가 관계했을 것이며 관계하는 것으로 보아야만 했다. 그리고 유대교 밖의 역사에도 신과 로고스가 당연히 개입하기에 역시 그리스도교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존재한다고 유스티누스는 생각했다.
유대교 이전의 역사에 대해서, 유스티누스는 타나크(Tanak)에 나타나는 모든 것을 예수에 대한 예비라고 해석했다. 모세가 들었던 목소리뿐만 아니라, 여러 예언자들의 예언 또한 로고스의 반영이었다.11 또한 신은 유대교 경전 안에 숨겨진 뜻을 두었고, 영원한 로고스인 예수의 말씀이 예언자를 통해 경전에 적힌 것이라고 여겼다.12 따라서 경전을 제대로 해석하려면 모든 구절을 예수를 예비하는 것으로 해석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접근을 알레고리적 해석이라고 한다. 이러한 주장에 따르면 유대인들은 그동안 히브리 경전을 잘못 해석해온 것이며, 그리스도인들만이 히브리 경전을 읽고 제대로 된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이는 훗날 반 유대주의, 반 셈족주의(Anti-Semitism)의 씨앗이 된다.
유대교 외부에서는 그리스 철학의 철학자들을 그리스도교의 범위 안에 포함시켰다. ‘변증서’에서 유스티누스는 철학과 그리스도교가 비슷하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유스티누스가 볼 때 소크라테스나 플라톤 같은 그리스 철학자들은 로고스를 추구하였으므로, 결국 예수를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여겨 이들 역시 그리스도인이라고 말했다. 창조이전부터 신과 함께하던 로고스야말로 진리 그 자체이기에, 로고스의 육화인 예수가 만든 그리스도교는 진리를 독점한다. 따라서 진리를 추구하는 모든 이들은 그리스도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을 기반으로 하여 그리스도교는 새로운 철학 학파가 되었다.
3. 유스티누스의 주장이 그리스도 신학에 끼친 영향
유스티누스의 악마론은 마르키온의 두 신론, 영지주의의 불완전한 창조주(Demiurgos)로부터의 탈피를 의미한다. 예수인 로고스는 전적으로 선하기에, 이 세상의 불완전함의 원인을 악마라는 존재에 귀속시켜야만 했다. 이로써 마르키온파의 불완전한 조물주 개념이나 영지주의적 창조개념을 도입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리고 그리스-로마 세계에 친숙한 로고스 개념을 사용하여 그리스도교를 일종의 철학으로 만들어 서방세계로의 전파가 용이하게 하였다. 로고스인 예수라는 개념에 기반한 알레고리적 해석은 ‘교부(敎父)들’의 ‘정통 그리스도교(Orthodoxy)’의 토대를 마련해준다. 훗날 정통 그리스도교가 점차 공고화됨에 따라 유스티누스의 주장과 배치되는 마르키온과 영지주의의 경전은 그리스도교의 정경에서 제외되었다. 또한 유스티누스가 도입한 반 셈족주의는 오랜 유대민족에 대한 탄압의 시발이 된다.
Ⅲ. 결론
‘변론’을 통해 살펴본 유스티누스는 악마론, 철학적 그리스도교, 알레고리적 경전해석이라는 개념을 그리스도교에 도입하였다. 이는 영지주의, 마르키온파와는 구분되는 새로운 교리적 특징이다.
하지만 글을 마무리 짓기 이전에 유스티누스가 그리스도교에 끼친 영향에 대한 섣부른 평가들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유스티누스가 그리스도교를 ‘부정적(negatively)’으로 정의했으며, 이로부터 오랜 딜레마가 발생했다는 평가가 그 중 하나이다. 그가 기존의 교리와는 구분되는 교리를 제시하며 다른 주장들을 반박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새로운 주장이 이전과 다른 교리를 가지는 것은 필연적이기에, 이것만으로 유스티누스의 그리스도교가 부정적으로 정의되었다고 보긴 힘들다. 철학적 그리스도교는 영지주의와 마르키온주의도 도입하고 있는 개념이기에 부정적 정의와 연결되지 않으며, 악마론과 알레고리적 해석은 유스티누스의 독자적인 부분이므로 오히려 그리스도교를 ‘긍정적’으로 정의한다고도 보여진다. 바트 어만(Bart D. Ehrman)에 따르면 원정통파 그리스도교는 모든 반대종파를 공격하느라 모순된 주장을 수용한 측면이 있다.13 하지만 그 논제에 대해 교파 나름의 의견이 존재한다면, 어떤 특정한 논제에서 다른 의견을 모두 공격한다고 하여 부정적인 정의라고 단정할 순 없다.
그리고 유스티누스의 주장이 영지주의에 비해 쉬워 대중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 결국 역사적으로 우위를 점했다는 주장 또한 의심스럽다. 영지주의의 교리가 까다로운 것은 사실이나, 그리스도교가 훗날 삼위일체라는 비논리적인 교리를 중심으로 하고도 세계적인 종교로 성장했음을 볼 때 교리의 난해함이 대중에의 수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악마를 선한 신이 창조해야만 하는 악마론의 논리적 모순과, 알레고리적 해석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이해의 부자연스러움이 교리의 전파에 장애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따라서 교리의 난해함의 정도를 기준으로 교리 논쟁에서의 승리의 원인을 찾기는 힘들다. 교리논쟁의 승패의 원인을 따지는 데에 있어서 결과론적 관점은 경계되어야 한다. 따라서 유스티누스의 주장이 미친 영향력으로 인해 그의 뒤를 이은 정통 그리스도교가 교리논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정통그리스도교가 후대의 교리논쟁에서 승리했기 때문에 유스티누스의 주장이 부각된 것인지는 상호 인과관계에 대한 엄밀한 논증이 추가적으로 요구되는 바이다.
참고문헌
Armstrong, Karen. (2010). 『신을 위한 변론』. (정준형, 옮김). 서울: 웅진씽크빅. (원서출판 2009).
_________. (2013). 『성서 이펙트』. (배철현, 옮김). 서울: 세종서적(주). (원서출판 2007).
Ehrman, Bart D.. (2010). 『예수 왜곡의 역사』. (강주헌, 옮김). 서울: 청림. (원서출판 2009).
Noll, Mark A.. (2007). 『터닝 포인트』. (이석우·강효식, 옮김). 서울: CUP. (원서출판 1997).
대한성서공회. (2007). 『성경전서 : 새번역』. 서울: 대한성서공회.
배철현. (2013). <기독교 개론=""> 강의 자료. 「The First Apology of Justin Martyr」.기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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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에서는 Justin Martyr를 ‘유스티아누스’라고 명명했으나, ‘유스티누스’라는 명칭이 보다 보편적이고 유스티아누스1세(JustinianusⅠ 482?∼565)와의 혼동을 피하기 위해 ‘유스티누스’로 통일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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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시온, 말시온 등으로도 불리나 마찬가지로 가장 보편적인 명칭인 마르키온으로 통일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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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교로 개종한 유대인들. 유대인이란 지위를 유지하며 토라를 따르는 동시에, 예수가 하나님이 보낸 메시아라는 것을 믿었다. Ehrman, Bart D.. (2010). 『예수 왜곡의 역사』. (강주헌, 옮김). 서울: 청림. (원서출판 2009). p. 2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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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mstrong, Karen. (2010). 『신을 위한 변론』. (정준형, 옮김). 서울: 웅진씽크빅. (원서출판 2009). p. 16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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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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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mstrong, Karen. (2013). 『성서 이펙트』. (배철현, 옮김). 서울: 세종서적(주). (원서출판 2007). p. 1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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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hrman, Bart D.. 앞의 책. p. 26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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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성서공회. (2007). 『성경전서 : 새번역』. 서울: 대한성서공회. 신약전서 p.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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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철현. (2013). <기독교 개론=""> 강의 자료. 「The First Apology of Justin Martyr」. p. 2.기독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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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복음에서 히브리어 ‘셰키나’에 해당하는 그리스어가 없어 ‘로고스’로 표기했는데, 이러한 표기상의 동일성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Armstrong, Karen. 앞의 책. 『신을 위한 변론』. p. 16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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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mstrong, Karen. 앞의 책. 『성서 이펙트』. p. 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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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책. p. 1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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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hrman, Bart D.. 앞의 책. p. 26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