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3 (국제정치학 영상과제 05)

Written on December 10, 2013

D-13 – 쿠바 핵위기를 통해 보는 국제정치 이론의 적용


  • 요약

영화는 쿠바에 미사일 기지가 건설되는 것부터 시작된다. 쿠바의 미사일기지 건설은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도발로 해석될 여지가 컸다. 미사일 기지가 완공되어 미사일이 설치되면 미국과 소련의 관계는 되돌릴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건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미국 내 여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군 중심으로 전쟁을 먼저 선포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고, 대통령을 위시한 백악관 중심으로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영화는 후자의 주장을 긍정적으로 그리고 있다.

여러 의견을 조율한 끝에 미국은 해상봉쇄라는 카드를 내놓는다. 하지만 해상봉쇄에도 불구하고 소련의 함선은 쿠바로 접근하고 있었다. 해상봉쇄선에서 미군 함정과 소련 함정이 조우하고, 미군함정의 사격경고에도 불구하고 소련 함선은 계속 전진한다. 발사 그 직전 상황에서, 소련함선이 기수를 돌려 다행스럽게도 쿠바 핵위기는 해결국면으로 접어든다. 이후 처리 과정에서도 몇 가지 문제가 있지만 결국 평화적 해결에 성공하는 것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 감상평

본 영화는, 아니 쿠바사태 자체가 현실주의적 국제관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케이스이다. 2차대전이후 냉전체제에서 자유권과 공산권의 충돌이 가장 가시적으로 드러났던 사건이었던 것이다. 분명히 양 국 모두 전쟁을 원하지는 않는 것이 분명함에도, 국제사회의 속성 – 무정부적 – 에 의해 전쟁으로 휩쓸려 들어갈 뻔한 아찔한 사건이었다. 영화야 이미 결론이 다 밝혀진 역사적 사건을 가지고 하는 것이지만, 실제 현실에서의 쿠바사태는 웃어넘길래야 웃어넘길 수 없는 끔찍한 사건이었음이 분명하다.

서로의 의도에 대한 불신이라는 현실주의적 요소가 쿠바사태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이론임은 분명하다. 특히 미어샤이머의 양극체제의 안정성 이론을 눈여겨볼만하다. 물론 미어샤이머는 쿠바사태보다는 보다 안정적인 양극체제를 예상했겠지만, 결국 두 국가가 충돌하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하다. 역사적으로 되돌아볼 때 이것보다 사소한 이유로 일어난 전쟁은 얼마든지 있다. 그런데도 양 국이 전쟁이 일어나기 직전까지 전쟁을 선언하지 않았으며, 의도또한 없었다는 점에서 미어샤이머 이론의 정합성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미어샤이머 이론의 주요 근거 중 하나인 양국의 핵 보유도 주효했다. 핵이라는 비대칭적 파괴를 야기하는 무기의 등장은, 전쟁을 이전보다 훨씬 심각하게 기피하도록 했음이 분명하다. 양 국 다 핵을 보유한다면 어느 국가이든 승전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만일 재래식 무기만 양 국이 보유했다면, 물론 쿠바 미사일 위기도 보다 긴장이 덜했겠지만, 동시에 해상봉쇄지역에서의 갈등상황에서 보다 손쉽게 충돌이 일어났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을 수 없다.

쿠바사태는 먼 과거의 일이 아니다. 당장 중국의 남중국해에 대한 방호구역 설정에 대해 미국이 전투기를 해당 지역에서 비행하여 항의한 것이 며칠 전의 일이다. 중국의 성장세를 감안할 때, 이것보다 급격한 갈등이 벌어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힘들 것이다. 쿠바사태와 같은 위험이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히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