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르완다 (국제정치학 영상과제 04)

Written on December 10, 2013

호텔 르완다


  • 요약

호텔 지배인인 폴은 르완다에서 적당히 잘 사는 후투족이었다. 르완다 국내 정세가 후투족과 투치족 간의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종족을 가리지 않고 호텔을 잘 운영해 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후투족 출신 대통령이 후투족에 의해 암살되었다는 방송에 의해, 투치족은 하루아침에 학살의 대상이 되고 만다. 폴 자신은 후투족이어서 살아남을 수 있지만, 가족과 마을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폴의 노력과 더불어, 영화에서 서방세계는 후투촉의 학살을 방치한다. UN군은 개입의지는 있으나 실질적으로 발포권한조차 없고, 소수의 경무장 병력밖에 보유하지 못하는 한계가 적나라하다. UN군 대령이 말한 내용이 UN군의 한계를 드러낸다. 자신들은 PeaceKeeper이지 PeaceMaker가 아니라고.

서방 국가들은 UN을 통한 개입을 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자국민들은 빼간다. 폴은 서방세계를 믿었지만, 그들의 행동을 보고 절망하고 스스로 극복해 나가고자 노력하는 영웅적 인물로 극중 그려지고 있다.

  • 감상평

이 영화로부터 드는 생각은 크게 세 가지이다. 하나는 인권이라는 문제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절실한 문제라는 것이다. 우리야 논문이라는 심심한 매개를 통해 인권이니 ICCPR이니 하는 걸 접하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인권을 침해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이는 철저한 생존의 문제이다. 지난 학기 동안 많은 것을 배웠는데, 이런 지식들이 인권문제 등 인간적인 비극을 막기위해 쓰일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두 번째로는 인권이라는 개념을 편의적으로 가져다쓰는 서방에 대한 비판의식이다. 서방은 자국민을 보호할때는 인권이라는 개념을 적극적으로 가져다쓰고, 혹은 국익이 걸려있는 외국 문제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그러나 보다시피, 내전에 가깝고 서방이 실질적으로 챙길 것이 없는 문제에 대해서는 개입을 회피하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 현실주의적인 면모가 잘 드러나는 것이다. 그러나 영화 중에서도 벨기에의 본점 사장, 투숙객들의 아는 유력인사들의 도움을 받는 장면, 그리고 UN군의 무력하면서도 최선을 다하는 장면, 적십자의 헌신 등이 그려지고 있는 것 또한 분명하다. 국가는 현실주의에 묶여(혹은 안주하여) 개입하지 않지만, 개인 혹은 집단의 선한 의지가 분명히 작용하여 긍정적 효과를 이끌어내고 있음은 고무할 만 하다.

마지막으로, 영화에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 인종학살을 일방적인 과정으로 그리고 있는데, 그렇게 단순하게 후투족은 악이고, 투치족은 선이라는 구도는 위험하다. 물론 주로 학살당하는 쪽은 있겠지만, 양 쪽 다 책임이 있는 경우가 다수라는 점을 고려할 때 영화는 지나치게 선악의 구도로 접근하고 있다. 그리고 내전의 원인에 대한 추가적인 언급이 있었으면 좋을 뻔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