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om's Day Machine (국제정치학 예습과제 02)

Written on September 12,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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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키신저가 말하는 정치적, 군사적 Doomsday Machine의 내용을 설명.


A. 키신저의 정치적 Doomsday Machine은 유럽 각 국가의 복잡한 동맹관계 및 동맹에 대한 무제한적인 지원을 의미한다. 양극으로 유럽이 나뉜 상태에서 동맹 내에서 무제한적인 지원 및 군사개입을 약속함으로써 어떤 작은 사건 하나라도 터지기만 하면 동맹체제에 의해 세계대전으로 번질 위험이 높았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던 것을 말한다. 독일은 오스트리아에 대해 백지수표(blank check)를 주며 오스트리아의 세르비아 공격을 부추겼고, 프랑스는 러시아에 대해 전쟁참여에 대한 전권을 위임했던 것이 명시적인 예이다. 기존의 유럽의회라는 질서가 붕괴하고 갈등의 시대가 도래한 이유를 살펴보자면, 세계 1차대전이 터지기 직전 유럽은 정치적인 ‘치킨게임’상태에 들어갔음을 알 수 있다. 영국, 프랑스, 러시아의 동맹(Triple Entente)을 한 축으로 하고, 독일, 오스트리아 그리고 이탈리아를 한 축으로 하는 갈등구도가 나타났다. 이러한 적대적 양극구도가 형성된 데에는 러시아와 독일이 끼친 영향이 컸다. 특히 독일은 비스마르크이후 방향성을 상실한 채 국익을 도외시한 비합리적 외교정책으로 일관함으로써 세계1차대전 발발에 큰 영향을 끼쳤다.

독일은 우선 러시아와의 조약유지를 거부하여 비스마르크 체제를 무너뜨렸는데, 이는 비스마르크의 후계자가 비스마르크 체제의 복잡한 외교관계를 지속할 능력이 없어 단순하를 원했을 뿐더러, 크림전쟁이후 러시아와 갈등관계에 있던 오스트리아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영국과 연합하고자 함이었다. 하지만 독일의 이러한 행보는 오스트리아로 하여금 모험주의적 군사정책을 강행하도록 부추겼고, 동시에 러시아의 위기의식을 심화시켜 러시아-프랑스 동맹이 채결되는 결정적 계기를 제공한다. 독일의 영국에 대한 불필요한 동맹요청과 군사적 모험주의 정책 - 영국 식민지 압박 및 해군 양성 - 은 영국 내 대독일 여론을 악화시켜, 힘의 균형(balance of power)에서 균형추를 담당하던 영국이 러시아-프랑스 동맹체제에 편입되는 결과를 낳고 만다. 이로써 힘의 균형체제는 최소한의 조건(자유로운 동맹이나 균형추 역할의 국가, 느슨한 상호동맹)조차 만족시키지 못하여 붕괴하고 만다.

군사적 Doomsday Machine은 전쟁에 대한 정치적인 고려는 오랜기간동안 지속되는 반면, 군사적 계획은 상대적으로 빨리 수립되었다는 상대적 시간차에 따라 발생한 세계1차대전의 또다른 주요 원인이다. 세계1차대전 직전에 있어서 군사작전은 이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는데, 이전에는 타국에 대한 직접적 군사행동이 전쟁의 발생의 준거였다면 당시의 전쟁발생의 준거는 Mobilization(동원)으로 바뀌었다. 동원이 전쟁의 준거가 됨으로써 전쟁의 발발은 보다 더 비가역적인 현상으로 바뀌었고, 상대 국가의 동원에 맞서 얼마나 빨리 동원을 할 수 있느냐가 전쟁의 핵심이 되었기 때문에 군사작전 및 전쟁의 발발이 정치적인 고려와 분리되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증대되었다. 또한 전쟁의 전개양상에 있어서도 예를 들어 과거에 비스마르크가 고안한 방어적-정치적 군사작전은 폐기되고 상대의 무조건 항복 및 침략을 전제로 하는 군사작전이 설계되어 국지적 전쟁을 필연적으로 세계대전으로 이끌 계기를 제공하였다. 예를 들어 당시 독일의 군사작전은 절대적으로 프랑스와 러시아가 동시에 독일에게 선전포고하는 것을 전제로 하였는데, 이 말인즉 만일 두 나라중 단일 국가와만 전쟁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다른 국가와 필연적으로 전쟁을 해야함을 의미한다. 확전이 군사적으로도 필수불가결해진 것이다.